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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고숙련 현장 인력 필요…직업교육법 제정해 전문대 힘 실어야"
요약글 [인터뷰] 송승호 충청대학교 총장
"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은 망하지 않습니다."
지방, 더군다나 전문대 총장이 이미 현실화한 교육계 속설을 과감히 반박했다. 그는 "노력하지 않는 순서대로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생존 아이디어도 넘쳐났다.

대신 조건은 달았다. "'룰'(rule)과 '법'(law)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송승호 충청대학교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을 지난달 28일 만났다.
전문대 전공 도입하는 일반대…공정한 경쟁 불가능

-서울 소재 일반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이 위기다. 특히 지방 전문대는 더 어렵지 않나.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 때는 대학이 별 노력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이 왔다. 문제될 게 없었다. 역할도 정확하게 일반대의 영역과 전문대의 영역으로 구분돼 있었다. 이른바 교육의 상도덕도 있었던 셈이다.
지금은 학생이 없다. 대학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야 맞는 건데 '학교의 운영'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일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반대와 전문대 간 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동안 공정했던 '룰'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룰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학생이 많았을 때 일반대는 전문대의 영역을 터치하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예컨대 전문대 인기 전공 중에 (반려동물 미용이나 행동교정 등 실무를 배우는) 반려동물과가 있다. 이 학과를 이제 일반대도 운영한다. 2년 과정을 4년 과정으로 쪼개고 늘렸다. 배우는 내용은 사실상 같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어느 대학을 택하겠나.
일반대라면 동물보건과를 만들어야 한다. 동물 간호사를 키워야 맞는 거다. 그런데 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동물보건과를 개설하려면 수의사가 있어야 한다. 수의사 교수를 모시는 인건비와 기자재 비용이 많이 든다. 일반대가 하방 전략을 쓰고 있다. 전통의 전문대 전공인 안경공학과도 일반대에서 많이 개설하고 있다. 일반대가 체급 낮은 전문대와 맞붙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불공정한 건가. 동일 면허나 동일 자격의 학과는 수업연한이 같아야 공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정한 룰이 적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법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직업교육법'이 없다. 전 생애주기별로 체계적인 직업교육과 효율적인 예산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몇 년간의 정규교육만으로는 안 된다. 생애주기별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이건 전문대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이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직업교육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문대가 전문적인 직업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해달라는 거다.

-직업교육법이 제정된다면 전문대의 역할은.
▶예전에는 실업고등전문학교란 게 있었다. 고교 3년, 전문대 2년 등 총 5년제 과정으로 산업기술인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이제 직업계고 3년, 전문대 2년. 청년들에게 일찍 직업교육을 해주자는 거다. 이렇게 되면 조기 취업도 가능하다. 실무적으로 정말 필요한 고숙련 현장 맞춤형 인재로도 성장할 수 있다. AI 시대에는 이런 인력이 꼭 필요로 한다. 기업들도 원한다. 일반대 계약학과처럼 전문대도 중견기업과 취업 약정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고숙련이 가능한 건가.
▶올해부터 고교학점제가 적용됐다. 고교학점제는 정말 좋은 제도다. 하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고교 교사들이 다양한 교과를 가르쳐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다. 전문교과는 전문대에 맡기면 된다. 초중등교육법상 교사 자격 기준을 보면 전문대 교수·부교수로서 3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있으면 정교사가 될 수 있다. 대학은 방학을 고교보다 더 빨리한다. 이 시기를 집중이수제로 활용해 전문대 교수들이 가르치면 된다.

외국인 유치 E7 비자 활용…발달장애인 교육 공간으로 활용
-외국인 학생 유치도 중요한데.
▶특히 지방 전문대는 전략이 필요하다. 저는 E7 비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E7은 흔히 뿌리산업에 주로 많이 내주는 비자다. 장점은 기간도 없고 가족도 초청할 수 있다.

지방 전문대가 취업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면 다른 대학과 변별력이 있다. 취업 대상은 뿌리산업을 지키는 지방 중소기업이다. 한 충청대 외국인 학생을 E7 비자로 군산의 한 중소기업과 연결해 취업까지 시킨 사례도 있다. 회사도 취업자도 만족해 난리가 났었다.
그뿐만 아니다. 외국의 간호대학과도 협약을 맺고 있다. 전문적으로 배운 외국 학생을 우리나라 요양보호사로 데려오려고 한다.

-다른 학생 유치 계획은 없나.
▶발달장애인이다. 충청대는 표준사업장에서 일을 하는 발달장애인 대상 2개 반을 별도로 만들었다. 유니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재봉틀과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근무 후 교육은 물론 돌봄 기능까지 하는 거다. 발달장애인도 반복적으로 교육하면 해낸다. 재봉틀이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조심성이 더 많다.

-올해부터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 본격화한다. 전문대 입장에서는 어떻게 추진되기를 바라는가.
▶RISE 사업은 '앵커(Anchor) RISE' 사업이 돼야 한다. 지역 앵커기업과 연계한 RISE로 추진돼야 한다. 예를 들면 반도체 기업은 경기 이천·평택 등에 몰려 있다. 충청대에서 인재를 길러내도 경기도로 빠질 수 있는 거다. RISE 사업은 지역 정주형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고교-전문대-기업이 연계된 지역 특화형 주문식 계약학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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